나들이

나 힐링 하고 왔다오.

말까시 2015. 10. 20. 15:05

 

◇ 집 떠나면 고생이라 했지만 치유를 위해 나들이는 필수

동트는 아침에 움츠렸다가 한낮이 되면 겉옷을 벗어 던진다. 일교차가 장난이 아니다. 그 덕에 나뭇잎은 수분을 잃고 물들어 간다. 울긋불긋한 단풍은 많은 사람들을 산으로 유혹한다. 수확을 앞두고 있는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넘실거린다. 콤바인이 움직일 차비를 하느라 기름칠을 하고 가마니를 쟁였다. 가을 채소는 예리한 칼날에 넘어지고 옥수수 대는 바싹 말라 볼품이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을은 깊어가고 있었다.

배낭에 먹을 것을 챙겨 집을 나섰다. 새벽공기는 차고 거칠었다. 해가 차고 오르면서 빠르게 온도가 올라갔다. 차들은 빠르게 달렸다. 늘 붐비고 혼잡했던 도로는 한가했다. 남보다 좀더 서두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물 한컵마실겨를도 없이 오지에 접어들었다. 상큼한 공기가 마구 쏟아졌다. 밭에는 모자를 눌러쓰고 무엇인가를 채취 하는 아낙이 보였다. 궁금한 나머지 물어보니 파프리카였다. 커다란 잎사귀에 비해 수확할 수 있는 것은 작았다.

경사도가 높은 고불 길을 오르는 달구지는 굉음을 냈다. 아차, 하는 순간 낭떠러지로 떨어지면 바로 죽음이다. 숙소는 깊은 산속 구릉지에 조립식 건축물이었다. 위험요소가 없나 주변을 살폈다. 여장을 풀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하여 라면을 끓였다. 산바람이 무척이나 차가웠다. 정신이 맑아지면서 머리가 시원했다. 라면 국물에 독한 술 들어가니 부러울 것이 없었다. 이렇게 오묘한 맛을 느끼려고 집을 나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숙소는 500고지에 있고 산 정상은 700고지다. 내일 정복하기로 하고 이벤트 행사장으로 갔다. 수영장 안에는 메기와 송어가 유영을 하고 있었다. 맨손으로 잡을 수 있을까. 나름대로 묘안을 짜내느라 표정이 굳어 있었다.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신호가 울리기가 무섭게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아이들도 있었고 젊은 처자 와 아낙들 아저씨들이 하나가 되어 고기를 향해 첨벙해보았지만 용케도 달아났다.

30마리 남짓 고기는 일순간에 없어졌다. 사람 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에 우리 일행이 메기 10마리를 잡았다. 송어는 한 마리도 못 잡았다. 깊은 산속이라 그런지 쉽게 어두워 졌다. 숯불을 피워 육 고기와 메기를 구워 만찬을 즐겼다. 맥주, 소주를 비롯하여 담금 주로 마무리한 술판은 자정을 넘어 끝났다. 무수히 많은 술을 마셨지만 맑은 공기 덕에 숙취는 없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아침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 여럿 있다 보니 늦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산에 오르기로 했다. 조금을 올랐음에도 손을 타지 않은 다래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주렁주렁 매달린 다래에 손을 뻗쳐 채취했다. 맛은 시큼했다. 처음 보는 산 다래를 보고 신기한 나머지 한동안 멈추어 있었다. 

먼동이 트면서 날이 밝아오자 오색단풍이 한눈에 들어왔다. 야호!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름드리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에 취해 걷고 오르다 보니 힐링은 저절로, 떠나고 싶지 않았다. 시설은 낡아 볼품이 없었지만 강이 있고 뾰족한 산이 있는 휴양림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천혜의 힐링 포인트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