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싼게 비지떡

말까시 2015. 6. 10. 11:39

 

◇ 싼게 비지떡

귀가하는 길에 통닭을 사 온다는 아내의 전갈에 맥주도 주문했다. 이제껏 다른 것은 몰라도 사전에 연락한 경우는 없었다. 통닭의 맛이 월등하든가 아니면 값이 저렴하든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기대 부푼 마음에 일이 끝나는 즉시 자전거 페달을 밟아 집으로 달렸다. 얼마나 신나게 달렸던지 등줄기에 땀이 흥건했다.

집에 도착해 보니 식탁 위에 커다란 봉지가 하나 있었다. 열어보니 통닭 두 마리가 보였다. 아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일단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고소한 냄새가 화장실까지 날아들었다. 시원한 물줄기가 머리에 쏟아지자 상쾌했다. 입맛을 다시며 샤워하는 내내 통닭이 아른거려 즐거웠다.

머리를 털며 나와 보니 아내가 와 있었다. 지인이 텃밭에서 재배한 상추를 가져가라 해서 잠시 다녀왔다고 한다. 크기는 작았지만 싱싱해 보였다. 먹기 좋게 토막 낼 것을 주문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말렸다. 고소한 냄새는 구석구석에 파고들어 구미를 당겼다.

온 가족이 둘러앉았다. 자르지 않았을 때 화려함은 사라지고 살점이 없는 뼈와 껍데기 튀김이었다. 실망한 눈치가 역력한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까칠한 아들놈이 한마디 한다.

“엄마 이거 어디서 샀어.”

“사무실 앞에 있는 아파트 알뜰시장에서 샀는데”

“그럼 그렇지. 길거리 음식이 품질이 좋을 리가 없지”

“왜 맛이 없니. 점심시간에 들렀다가 너무나 먹음직스럽게 생겨 샀는데"

“살점 하나도 없는 밀가루 튀김이잖아”

“그냥 맛있게 먹으면 어디 덧나나 인마”

재래시장에 가보면 자르지 않은 닭을 통째로 튀겨 진열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노릇노릇 튀겨진 닭을 보면 침이 절로 나온다. 가격도 저렴하여 바로 구매한다. 집에 와서 먹어 보고는 실망하여 다시는 속지 않는다고 다짐을 한다. 달걀 생산이 끝나버린 노계를 튀긴 것이 아닌가 싶다.

점수를 따려고 미리 연락까지 해준 아내는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돈은 돈대로 들고 아들에게 핀잔만 들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일세. 될 수 있으면 검증된 곳에서 물건을 사도록 하게나” 나도 한마디 했다. “이제껏 잘 먹어놓고 웬 불만들이 많아. 먹기 싫으면 먹지 마. 다시는 사오는가 봐라.” 하면서 내 천자를 그었다.

입이 고급인 아이들은 그렇다 치고 나까지 투덜거렸으니 좋은 맘 먹고 사온 정성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사태에 몹시 불쾌한 아내는 설거지하는 내내 우당탕 소음을 유발했다. 같이 동조한 나 역시 중죄를 지었다. 미안하오이다. 마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