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주는 만병통치약이다. 
어제는 비가 오락가락 했다. 퇴근 시간이 다가 올수록 핸드폰을 여닫는 횟수가 잦아졌다. 비와 술은 환상궁합이다. 무겁게 누르는 기압골 영향으로 온몸이 쑤시며 아파온다. 등짝에는 담이 온 것인지 숨을 크게 쉴 때마다 통증이 밀려왔다. 옴팡지게 한잔 하면 사라질 것만 같았다. 태풍이 몰아치면 바닷물이 깨끗해지듯이 내 몸 역시 주님과 함께 새벽기도를 드리면 깔끔하게 낳을 것이라 믿고 있다. 드디어 카톡이 왔다. “어이! 오늘 한잔 어때” “좋지” “뭐 먹을까” “알곱창 어때” “비와 알곱창 환상이지” 드디어 퇴근이시간이 다가왔다. 총알처럼 뛰쳐나갔다. 봄이 오는가 싶어 얇은 옷으로 갈아입었더니만 쌀쌀했다. 지퍼를 목덜미까지 끌어 올려야 했다.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벚꽃은 흐드리지게 피어 날렸다. 꽃가루가 앉은 길바닥에는 눈처럼 하얗다. 멀리서 보면 눈이 내린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만원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다다르니 입맛을 다시고 있는 주당들이 보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알곱창이 나왔다. 소금을 뿌리고 연탄불에 구워 나온 곱창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깨소금을 뿌려 모양을 냈다. 반쪽에는 고추장을 뒤집어 쓴 곱창이 시각을 자극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는 순간 소금구이 쪽으로 눈길이 갔다. 마늘과 곱창을 된장에 찍어 입속에 넣는 순간 고소함이 입 안 가득 밀려오는 행복감에 잠시 멍했다. 소주를 맥주에 말아 입안을 세척했다. 두 번째는 기름장에 찍어 원샷으로 깔끔하게 비웠다. 고추장을 바른 알곱창도 맛을 보았다. 매콤하면서 달콤한 것이 또 다른 맛을 냈다. 양파가 익어가면서 느끼함을 잡아 주었다. 매운 맛이 입안에 퍼지자 알코올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주거니 받거니 한 순배 돌고 나니 기분이 삼삼했다. 손가락 굵기 만한 알곱창 하나에 소주 한잔 이렇게 마시다 보니 두당 한 병 이상을 마셨다. 오늘도 알곱창은 주당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일차만 하고 귀가 한다는 것은 주당으로서 용납할 수가 없다. 깜닭으로 유명한 호프집으로 향했다. 가로등 불빛이 있는 곳에 벚꽃이 만발했다. 밤이 깊었지만 천변둑방에는 벚꽃 구경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곱창으로 두둑이 올라온 배는 시원한 맥주를 찾고 있었다. 500cc 한잔이 금방 사라졌다. 잘 튀겨진 깜닭은 안주로서 최고였다. 화장실을 두어 번 갔다 오고서야 술판이 끝났다. 무엇이 그리 아쉬운지 집에 갈 생각을 않는다. 3차를 갈구하는 눈치다. 일단 아이스크림으로 열기를 식힌 후 찌개를 잘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찌개는 비주얼이 장난이 아니다. 국물과 함께 들어가는 소주는 물이 되어 버렸다. 상술이 도가 지나쳐 정종으로 변해버린 소주는 이제 소주가 아니다. 물처럼 마신 덕에 어깨 결린 곳과 등짝에서 놀고 있던 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역시 소주는 만병통치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