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박사일의 설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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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들에 나갔다. 냉이를 캐고자 했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작년에 캤던 곳에 가보았지만 새싹이 나오지 않은 작은 것들만이 납작 엎드려 있었다. 촉촉한 밭을 찾아 허리를 굽히고 찾아 보았다. 덤불속에 냉이가 활짝 웃고 있었다. 호미로 한번 찌른 후 잡아 당겨 보았다. 뿌리가 깊이 박혀 있었다. 뽑아 올리자 마자 코끝에 대보니 냉이향이 진했다. 하얀뿌리가 한뼘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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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를 수확한 밭에 냉이가 무섭게 자라고 있었다. 적당히 있고 습기가 있는 곳에 냉이가 무성했다. 호미로 파고 손으로 잡아 댕겨 냉이를 캤다. 아직은 푸른 잎이 미약했지만 그 향은 손색이 없었다. 봄 나물의 대명사인 냉이 캐는 작업이 힘들었지만 비닐봉지에 쌓여만 가는 냉이를 보고 있으니 힘이 솟구쳤다. 간간히 찬바람이 불었지만 추운줄 모르고 캤다. 이밭저밭을 두루 다니며 봄기운이 완연한 고향의 정취를 마음껏 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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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를 마치고 처가를 향해 달렸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탄탄대로 였다. 바닷가에 가면 반드시 수신시장을 들른다. 수산시장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명절임에도 쉬는 가게는 없었다. 대목을 보고자 호객행위는 여느날과 다름이 없었다. 팔팔뛰는 활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와중에도 손님들은 끝 없이 밀려 들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듯 억양이 각양각색이었다. 두 접시를 받아 들고 처가를 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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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꼬막 |
개불 |
멍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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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불을 피우고 생굴을 구워 먹었다. 아이들이 더 좋아 했다. 팍팍 튀며 익어가는 굴은 구수한 향을 냈다. 굴까먹는 재미에 찬바람이 불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장인 어른께서 커다란 망탱이 가득 사다 놓았던 것이다. 핏물이 벌겋게 새어 나오는 피꼬막도 무수히 까 먹었다. 여기에 소주가 빠질세라. 무수히 들어 부었지만 취하지 않았다. 안주 좋고 공기가 맑으니 알콜분해 속도가 매우 빠른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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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다음날 8시간을 소비한 끝에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출이 왔다. 친구몇명이 모여 칡을 캐러 가자는 것이었다. 여독을 푸는 샘치고 의기투합 수도권 근처 야산에 칡사냥에 나섰다. 비가 보슬 보슬 내렸지만 칡을 캐고자 하는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한줄기를 따라 땅을 파고 들어가 보니 가닥 가닥 여려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구덩이를 팠지만 굵은 뿌리가 세개나 나왔다. 두구덩이를 터파고 나니 빗줄기가 거샜다. 여기서 중단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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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칡들 |
요렇게 나누었다. |
썰어 말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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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을 캐고 한잔 하는 친구들 |
서울에 와서 다시 한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