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고구마 캐던 날

말까시 2014. 10. 13. 08:01

 

따스한 봄날 곡괭이로 땅을 파서 골을 만들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소가 쟁기를 끌어 갈았지요. 경운기의 힘을 빌어 수월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늦은 봄 곡괭이를 하늘 높이 쳐들고 이랑을 만드는 작업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고구마를 심기 위한 곡괭이 질은 오랜만에 해보는 일입니다. 그동안 엄마가 했었는데 중풍으로 쓰러진 후론 자식들이 해야 했습니다. 골과 이랑을 만들고 산에서 부엽토를 끌어 모아 뿌렸습니다.

고구마 줄기를 걷어 냈습니다. 연한 고구마순도 한바구니 땄습니다. 껍데기를 벗기어 나물로 해먹으면 좋지요. 가을 햇살이 무척이나 따가웠습니다. 구슬땀이 비오 듯 하여 안경은 코끝으로 내려가고 숨은 막히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울타리를 했지만 산짐승들이 다녀 갔더군요. 군데 군데 파먹은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울타리도 구멍이 났고요. 아마도 고라니가 다녀간 것 같습니다. 이제 호미로 캐기만 하면 됩니다.


형, 누나 가족들이 모여 열심히 호미질을 했습니다. 거름도 많이 주지 않았고 특별히 손을 자주 본 것도 아닌데 제법 튼실하게 자랐더군요. 호박처럼 아주 큰 것도 나왔습니다. 근데 쪼그리고 고구마를 캐는 작업은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허리도 아프고 장단지가 땡기어 오랜 작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허리를 피고 쉬기를 반복한 끝에 고구마 캐는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 같이 하니 금방이었지만 노동은 쉬운 것 하나 없는 것 같습니다.

고구마가 실하지요. 저 것을 캐기 위하여 이랑을 만들고 울타리를 치고 거름을 주었습니다. 땀방울이 비오듯 하였지만 주먹보다 큰 것들이 쏟아져 나올때면 힘이 절로 솟았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작업이라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호미에 찍혀 상처난 고구마가 흉측해 보였습니다. 보석을 다루 듯 살살 파 일구어야 하는데 기술이 부족했습니다. 엄마가 보았다면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상처난 것을 가려내어 먼저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시간 남짓 작업을 했는데 새참이 나오네요.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나왔거든요. 시원한 막걸리에 두부김치를 곁들이 마셨더니만 핑돌았습니다. 그늘 나무 아래서 마시는 막걸리 맛 죽여 주었습니다. 워낙 술을 좋아 하는 나는 주는 술 마다하고 받아 먹는 스타일입니다. 형님이 한잔 마시고 막걸리 한통을 다 마시다 시피 했습니다.  다시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술기운이 돌자 힘든지 모르고  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수확한 고구마 가장 큰놈을 들고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제 머리보다 더 커보이지요. 그렇진 않고요. 여튼간에 아기머리통만한 것이 나와 놀랐습니다. 거름이 충분치 않아 고랑마다 고구마의 크기가 달랐습니다. 금년 농사를 교훈 삼아 내년에는 거름 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뒤산에 오르면 낙엽 썩은 부엽토가 지천에 깔려 있습니다. 정성을 조금만 더들이면 내년에는 더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르마를 이용하여 집에까지 운반했습니다. 큰 것과 작은 것으로 가려야 했습니다. 가리는 작업도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섬세하지 못한 남자들은 물러나고 형수님, 누나, 아내가 달려 들어 후딱 해치웠습니다. 작은 것 한상자 큰 것 한상자 해서 두박스 가져왔습니다. 나머지는 시골 안방에 퉁가리를 만들어 모셔놓았습니다. 틈틈히 시골에 내려가 문안인사겸 가져오면 되겠지요. 오늘 아침 찐고구마로 아침을 대신 했습니다.

고구마를 분류하여 저장해 놓고 하늘을 보니 해가 조금 남았더군요. 낚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장독대 습한 곳을 파보니 지렁이가 있더군요. 동네 근처 저수지에 나가 낚시를 했습니다. 주변 사람을 살펴보니 씨알굵은 붕어를 잡았더군요. 기대를 갖고 미끼를 달아 던졌습니다. 반응이 없더군요. 실력이 부족한 것인지 고기가 나들이를 간건지 두시간 남짓 머물러 있었지만 입질 한번 없었습니다. 한마리도 못잡고 철수 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