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까시의 추억

쥐들의 천국 천정

말까시 2014. 3. 26. 15:00

 

 

◇ 쥐들의 천국 천정

 

축 늘어진 수양버들나무가지에 새싹이 돋았다. 좁쌀만 한 것들이 많아져 제법 푸르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린 가지는 녹색물결을 만들어 시선을 당긴다. 공터마다 토양을 뒤집어 놓았다. 씨앗을 뿌려 얻으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원추형 화분에도 재가 뿌려지고 새로운 꽃들이 심어졌다. 무릎 위까지 추켜올린 치마는 허벅지를 들어냈다. 차가운 기운이 가시지 않았음에도 시선을 끌기로 작정한 처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쥐들은 밤마다 합창을 한다. 불을 끄고 잠을 청하려 하면 용케도 활동을 시작하는 그들은 영특하기가 사람 못지않다. 작은 소리에도 우당탕 소리를 내고 도망간다. ‘쥐죽은 듯 고요하다.’는 말이 있다. 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양철지붕에 소낙비가 내리는 것처럼 소란스럽다. 사람이 먹어야 할 곡식을 먹어치우고 밤잠을 설치게 하는 쥐들은 박멸해야 하는 암적 존재다.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집안에 있는 부엌, 창고, 그리고 쥐들의 천국인 천정이다.

 

낮에는 활동을 멈추었다가 밤에만 움직인다. 굴에서 나온 쥐들은 벽을 타고 천정에 모여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린다. 천정에는 전기 줄이 빠져나온 구멍이 있다. 쥐들은 이 구멍을 통하여 내려와 쌀가마를 뚫고 배를 채운다. 잠자는 동안 침입한 쥐들은 방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는다. 윗목에 있는 고구마 통거리에도 들어가 마구 갉아 먹는다. 자그마한 인기척에도 재빠르게 도망가는 쥐들의 행동은 민첩하다. 이들은 천정에 쉬를 하여 누렇게 변하게 한다. 저희들끼리 사랑싸움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찍찍거리는 소리는 여간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어느 날 장롱을 정리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란 엄마는 아버지를 불렀다. 호기심에 달려가 보니 부드러운 옷을 찢어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던 것이다. 아직 털이 나지 않은 새끼들은 분홍색 피부를 갖고 있었다. 아버지는 새끼들을 잡아 집으로 엮어 처마에 매달아 놓았다. 약으로 쓴다고 했다. 무엇에 쓰는 약인지는 모르지만 처마에 매달아 놓은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먹을 것이 풍부한 집안에 삶에 터전으로 삼아 식량을 축내는 쥐는 인간과 살수는 없는 것이다.

 

쥐잡기 운동이 벌어졌다. 학교에서 쥐약을 나누어 주고 쥐를 잡게 했다. 덫을 놓아 잡기도 했다. 쥐꼬리를 잘라 학교에 갖다 주기도 했다. 그렇게 많이 잡아도 소용이 없었다. 어디서 온 것인지 몰라도 쥐들의 합창은 계속되었다. 쥐들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대비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광의 외벽은 시멘트를 발라 틈새를 막았다. 하지만 부엌으로 통하는 굴은 돌을 집어넣어 폐쇄해도 또 다른 굴을 만들어 침투했다. 천정 역시 두꺼운 종이로 구멍을 막아도 날카로운 이빨은 금세 새로운 구멍을 내어 식량을 훔쳐갔다.

 

이상하다. 그렇게 많았던 쥐들이 사라졌다. 밤만 되면 마당을 비롯하여 가는 곳마다 날뛰는 쥐들에 놀라곤 했었다. 살이 포동포동 찐 쥐들이 가끔 하수구에 나타날 뿐, 시골집 어디에도 쥐들은 없다. 천적인 고양이개체수가 늘어서일까. 예전에는 도둑고양이라 했는데 도심곳곳에 숨어 사는 길고양이는 쓰레기 더미를 뒤져 먹이를 얻는다. 길고양이가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보니 번식력 또한 급상승했다. 어쨌든 간에 쥐들이 없어져 시골집 천정이 깨끗해졌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