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푸어
◇ ‘건강푸어’를 아시는가.
구름은 비를 암시한다. 겨울이라 눈이 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영상의 날씨로 눈이 오는 것은 바랄 수 없다. 응달진 곳은 저번에 내린 눈으로 빙판이다. 조심조심 걷다보니 멋진 모습이 흐트러진다. 치우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겨울비라도 내린다면 녹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꽃피는 봄이 와야 될 것 같다.
새해가 밝았다. 빠르게 가고 있다.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는데 벌써 삼일이 되었다. 불타는 금요일이라 들뜬 마음 거두지 않으면 주말이 일순간에 지나가고 만다.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주머니를 뒤져 금년 한해 무엇을 할 것인가 건져내야 할 것이다.
50줄을 넘은지도 두해가 지났다.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건강만 하다면 가진 것이 없다 해도 행복해지는 나이가 우리가 아닌가. 우린 모든 것이 넘쳐흐른다. 과잉을 절제로 바꾸어야 한다. 두둑이 살이 오른 뱃가죽을 두드릴 때마다 뿌듯했던 시절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사장이란 말을 듣던 시대는 무지에서 오는 소치였다. 운동으로서 줄여보고자 많은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고수들은 이야기 한다. 운동으로 살을 빼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데 그렇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줄이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영원한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미용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연초가 되면 돈 벌 궁리보다 어떻게 하면 하얀 피부와 윤기 나는 머리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날씬한 몸매로 탈바꿈 할까. 인터넷검색을 하며 고민에 빠져든다. 건강식에도 관심을 갖고 푸른 채소와 과일을 사다 나른다. 밤만 되면 공원에 나가 산책도 한다.
들락날락 할 때마다 거울을 보는 것을 빠트리지 않는다. 승강기 안에 설치된 거울은 시선을 고정하기 좋다. 사람들이 내리고 혼자일 때면 돌리고 돌리며 거울에 비친 모습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신통치 않다. 먹고 살만한 세상이 된 이후 미용에 투자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강남사거리를 거니는 젊은 처자들은 붕어빵마냥 똑 같다고 한다. 성형산업이 급성장 하고 있는 증표다.
지난 연말 무섭게 퍼마셨다. 혈관에 흐르는 피가 끈적임을 느낄 수 있다. 콜레스테롤이 잔뜩 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의사가 다 됐다. 혈압을 체크해 보았다. 하늘 높은지 모르고 상승하고 있었다. 다시 정상으로 다운 시키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상반기 내내 운동과 식생활 개선을 병행해야 가능하지 싶다. 작년에 해본 경험에 의하면 봄부터 실천해서 여름이 올 무렵 정상괘도에 올랐었다. 망치기는 쉬워도 바로잡는 데는 꽤나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해년마다 반복되는 못된 버릇을 고칠 수는 없을까. 망치고 고치다 보면 결국 하나하나 망가지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다. 건강푸어란 말을 들어보았는가. 하우스푸어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돈 벌어 다달이 은행에 이자와 원금을 내다보면 평생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건강을 잃으면 병원에 번 돈을 다 갔다 주어도 돌이 킬 수 없다. 혼자만 고통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니라 가족까지 전가되어 우울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 즐거워야 할 가정에 찬바람이 매섭게 불게 되면 삶은 지옥이다. 다 버리고 건강을 챙기는데 전력투구 해볼까 한다. 작심삼일, 작심삼일, 작심삼일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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