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전야 부흥회
◇ 성탄전야 부흥회
성탄절이 다가오지만 예전처럼 음악이 거리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큰 건물 밖에 트리만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들떠있었다. 트리를 만들자고 먼저 제안하면 무척이나 좋아했다. 눈이 내렸으면 더 좋겠다고 기원도 했다. 자그마한 케이크를 준비하여 운치 있는 밤을 보내곤 했었다. 가족에게 물어보았다. 다들 스케줄이 있어 밤늦게까지 귀가 할 수 없다고 한다. 금년 성탄전야도 나 홀로 조용히 보내야 할 판이다.
초등학교시절 우리 동네에 교회가 들어왔다. 사랑채를 빌려 그곳에서 예배를 드렸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전도를 했다. 천국 간다는 말에 친구들과 이끌리어 교회를 가게 되었다. 그곳에 가니 사탕도 주었다. 구릅별로 나누어 성경말씀을 듣고 찬송가도 연습했다.
찬송가는 학교에서 배운 동요보다 리듬이 빠르고 흥이 있어 틈나는 데로 즐겨 불렀다. 구릅별로 찬송가 경진대회도 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에게는 공책도 나누어 주었다. 학교 가는 것보다 더 좋았다. 사탕과 공책을 준다는 소문이 돌자 아이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주일만 되면 교회 가는 것이 즐거운 일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 교회는 인근 공터에 건물을 새롭게 올렸다. 마을 입구에 건립된 교회건물은 압권이었다. 뾰족한 지붕꼭대기에 십자가 흰색을 뽐냈다. 그 아래 빈 공간에는 스피커가 동내를 향해 있었다. 예배시간이 다가오면 마을 구석구석까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은 소음공해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주말만 되면 새롭게 이사한 교회 안에는 온 동네 처녀총각들이 다 모였다. 나이 먹은 누나들은 학년별로 선생님이 되었다. 우린 누나들의 가르침에 성경 보는 법과 찬송가를 배웠다.
성탄절이 다가오자 부흥회를 열었다. 읍내에서 목사가 온다고 했다. 영화홍보물처럼 골목어귀에 부흥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여졌다. 부흥회를 하면 평소 교회를 다니지 않는 어른들도 호기심에 참석하기도 했다. 선물공세도 대단했다. 아이들은 신났다. 과자를 구경하기 힘든 시골마을에 교회만 가면 달콤한 사탕을 주니 이곳이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탕발림에 아이들은 의례히 예배시간만 되면 달려갔다.
부흥회가 시작되었다. 예배당 안에는 가설극장처럼 동내 사람들이 다 모였다. 목사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가끔 찬송가를 부르며 흥을 돋웠다. 찬송가를 부를 때면 탁자를 치어 박자를 맞추었다. 풍금이 있었지만 그 소리가 너무 작아 뒤에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는 우렁찼다.
찬송가 소리가 교회가 떠날 갈 듯 고조되자 실내등이 파란색으로 변해 나이트클럽을 방불케 했다. 찬송가 소리는 더욱더 커져갔다. 얼마나 신나게 부르는지 누나들은 땀을 뻘뻘 흘렸다. 잠시 후 하나둘 벌렁 나자빠지며 알지도 못하는 소리를 내곤했다. 지랄하고 자빠진 풍경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은혜를 받은 분은 자기의지에 관계없이 방언을 한다고 했다. 믿음이 강한자만이 일어나는 현상이라 한다. 미치광이처럼 발광하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부흥회가 끝나자 검은 주머니를 돌렸다. 헌금을 하라는 것이었다. 헌금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멋쩍어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교회가면 이상한 소리를 질러댄다는 소문이 파다하자 부모님은 금지령을 내렸다. 십일조라는 것을 들먹이며 재산을 갈취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신도가 점점 줄어들어 교회운영자체가 힘들어졌다. 지금은 중앙에서 보조를 받는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그 교회를 다니고 있다. 교회를 다니면서 글도 깨우치고 말벗도 생기고 해서 참 다행이다. 시골교회신도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휘황찬란했던 교회건물은 세월이 갉아 먹어 초라하기 그지없다. 성탄절이 내일 모래다. 문득 소싯적 교회 다닌 일들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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