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는 종합 격투기
◇ 공포의 관절꺾기
한반도에 초긴장국면으로 몰아넣었던 태풍 ‘다나스’가 대한해협을 빠져나가면서 소멸했다. 어제오늘 맑은 날씨는 우울모드에 있는 여인들의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한다. 하얀 솜털구름은 하늘의 끝을 보다 가깝게 느끼도록 낮게 흐르고 있다. 길모퉁이 코스모스는 작은 바람에도 꽃잎을 흔들어 발길을 잡는다. 비가 내렸지만 선선하다는 느낌만 있을 뿐 냉기는 없다. 알곡이 익어가고 과수에 당분을 만들어주는 최적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금년농사는 대풍이 아닐까 싶다.
연일 계속되는 음주로 지칠 대로 지친 육신의 피로를 풀고자 뜨거운 물에 담가 보았다. 숨이 턱턱 막혔다. 오래 머물다가는 지래 쓰러질 것만 같았다. 물기를 닦아내고 옥 장판의 온도를 최대로 높여 찜질을 했다. 땀방울이 맺히지 않는다. 심한 갈증은 연신 물을 보충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맥아리가 없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니 아지랑이가 어른거렸다. 스르르 잠이 밀려왔다.
아내가 흔들어 깨웠다. 피로를 풀로 간다면서 피부샵에 가자고 했다. 내 몸을 남에게 맡기어 피로를 푼다는 것에 거부감이 앞섰다. 서비스를 받아보면 다시 안갈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며 재촉했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며 옷가지를 챙겨주었다. 호기심도 있고 워낙 지친 몸을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병이 날것만 같았다. 천근만근 육신을 이끌고 아내를 따라 나섰다.
피부샵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소파가 창가에 있었다. 상냥하게 인사하며 다가오는 아가씨는 앉으라 하면서 차를 권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나자 작은 방으로 안내 했다. 침대가 두 개 놓여 있었다. 가운을 주면서 갈아입으라 했다. 나무 양동이에 뜨거운 물을 가져와 분홍색 액체를 타고 발을 담그라 했다. 뜨거움이 전해지면서 기분이 좋았다. 족욕이 끝나자 발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문지르고 당기어 압박하는 반복 작업에 시원함이 머리끝까지 전해졌다.
건장한 남성 마사지사가 들어왔다. 어깨서부터 압박을 가하면서 주무르고 다시 관절을 꺾어 뒤로 젖히고 다리를 접어 누르고 레슬링과 유도를 접목한 종합격투기를 하듯 내 몸을 자유자제로 다루었다. 한동안 통증이 밀려와 정신이 없었다. 아야! 소리도 내지 못하고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엎어진 채로 작은 구멍에 박혀 아무 내색도 할 수 없었다. 별 반응이 없자 그 놈은 관절꺾기에 강도를 높여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살살 합시다.’ 입안에서 맴돌 뿐 밖으로 내보낼 수가 없었다. 남자의 자손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한 시간 반을 그놈의 손놀림에 완전 녹초가 되었다. 아내는 끝나자마자 반응을 물어보았다. 처음 해본 마사지 공포의 관절꺾기에 질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다. “뭉친 근육이 워낙 많아 통증이 온 것이지 자주 하다보면 아픔 없이 시원함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하는 사장은 열변을 토하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그 돈이면 막걸리를 한 달 내내 먹을 수 있다.”고 투덜거렸다. “그놈의 술타령 그만하라.”며 다가와 팔짱을 끼려 하는 아내를 뿌리쳤다. 오른쪽 어깨가 약간 결리고 아팠었는데 하루가 지나고 나니 깔끔하게 사라졌다. 마사지 효과를 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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