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 삼매경
◇ 약초 삼매경
<처가 울타리에 자라고 있는 '카라칸사스'>
공기가 부드럽다. 설 명절 전후해서 매서운 추위가 전국을 강타하여 고향 가는 귀성객들에게 불편을 주었다. 이제 추위는 당분간 없을 것 같다. 본격적인 나들이 철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겨우내 움츠린 어깨를 펴고 집안대청소도 하고 칼바람에 까칠해진 피부도 영양크림을 발라 다듬어야 할 것이다. 훈풍이 부는 춘삼월, 미리 준비 하지 않으면 자연이 주는 선물을 노칠 수밖에 없다. 가슴속에 찌들어 있던 잡념을 버리고 봄 마중 갈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작년 연말 검진결과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와 충격을 받았다. 당장 술을 끊고 기름진 음식을 삼가, 몸 관리에 들어갔다. 만나는 사람마다 죽을 병 아니면 그렇게 당장 술을 멀리 할 필요가 있냐며 음주를 권했다. 금주는 어렵고 절주에 올인 하여 작심삼일이란 사자성구를 물리쳤다. 담배를 끊은 만큼의 기쁨은 아니었지만 굳건한 다짐이 헛되지 않아 가슴 뿌듯했다.
아침은 고구마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죽지 않을 정도로 소식했다. 저녁은 외식을 삼가고 야채를 듬뿍 먹어 포만감을 주고 탄수화물을 최소화하여 식이요법을 준수했다. 몸이 가벼워졌다. 월요병도 없어졌다. 화장실 가는 횟수도 현저히 줄었다. 체중 역시 1kg이나 줄었다. 푸석푸석했던 머릿결에 윤기가 흐르고 탈모증상이 없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도 이팔청춘처럼 개운하다. 강력한 펌프질로 심장에서 빠져 나온 혈액은 온몸 구석구석 영양을 공급하여 피부에 탄력이 생기고 각질이 사라졌다. 새벽닭이 울기 전에 솟아 오른 방망이는 활화산처럼 맹렬하게 팽창하여 바위라도 뚫을 것처럼 꿈틀대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단단한 각오로 실천한 결과 나타난 현상들이다.
간에 좋다는 헛개나무 과립과 엑기스를 주문했다. “남자한테 참 좋은 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말하기도 그렇고.”란 광고에 현혹되어 산수유 과립도 샀다. 장모께서 중풍예방에 좋다는 강황을 보내와 보리차처럼 끓여 마시고 있다.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비타민 C도 매일 아침 복용하고 있다. 기관지 천식에 좋다는 탱자도 시골 이웃집 울타리에서 채취하여 술을 담아 가끔 약술로 한잔한다.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정월 수도권 근교 작은 산에서 캐온 칡은 설탕과 버무려 밀봉 숙성 중에 있다. 이번 설날 시골 뒷산에서 채취한 뽕나무 뿌리는 알코올을 부어 약효를 뽑아내는 중이다. 5월 달에 약초 발효액과 약술을 개봉할 것이다. 기존에 복용하고 있는 건강식품과 내가 손수 만들어 놓은 자연산 약초에서 추출된 약성분이 내 몸에 들어가는 순간, 50년간 쌓였던 독소가 빠져나가면서 다시 온 청춘은 육신을 리모델링하여 단단한 놈으로 만들어 놀 것이다.
산 정상을 향하여 무작정 오르는 산행은 지양할 것이다. 약초에 대한 공부를 심도 있게 하여 가급적 약초사냥에 매진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로는 부족하다. 전문서적을 구입 탐독하여 전문가 반열에 올라야 한다. 약초공부를 위해 당분간 산행에 동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이론공부 6개월 정도 하고 틈틈이 산과 들에 나가 식물의 특징을 익힌다면 약초사냥에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건강한 호랑이를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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