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여인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

말까시 2013. 1. 24. 15:17

 

 

 

◇ 여인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

 

해가지면서 어둠은 빠르게 도시를 삼켰다. 실내등도 하나둘 꺼지면서 사람들이 빠져 나갔다. 가로등 불빛이 들어와 길을 밝히는 초저녁 사무실을 빠져 나와 애마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다. 복잡한 도심을 빠져 나와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가 뒤엉켜 분간하기 어려웠다. 매일 같이 다니는 길이기에 감각적으로 달릴 수가 있었다. 추운 겨울이라 산책 및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를 수 있는 좋은 밤길이다. 어둠속에서 갑자기 튀어 나온 길고양이 때문에 놀라곤 했지만 고요한 하천 길을 달리며 귀가하는 시간은 사색하기 아주 좋은 기회이다.

 

드르륵 바지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떨렸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자전거를 멈추고 표시 창을 보니 아내였다. 몸이 으스스하고 콧물이 나와 감기기운이 엿보인다면서 매운 해물 찜을 먹고 싶다고 했다. 페달을 힘차게 밟아 쏜살 같이 달렸다. 바닥에 물기가 있어 뒷바퀴에서 튀어 올라온 물방울이 엉덩이를 적시었다. 차가움은 바지를 뚫고 속살까지 전달되었다. 기다리는 아내를 생각하여 더욱도 속도를 내어 무섭게 달렸다.

 

근처 해물 찜을 아주 잘하는 식당으로 갔다. 듬성듬성 손님들이 모여 고춧가루가 범벅인 해물 찜을 맛깔스럽게 먹고 있었다.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젓가락은 밑반찬에 달려들어 김치조각을 집었다. 맛있다. 잠시 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해물 찜이 나왔다. 소주와 곁들여 살점을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콧물을 질질 흘리며 맛있게 먹는 아내의 코끝에 땀방울이 맺혔다. 배가 부르자 이제 좀 살 것 같다면서 마지막 남은 미더덕을 우지직 씹어 짭짤한 속살 맛을 즐겼다.

 

옆 테이블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시선은 울음소리 진원지를 찾느라 두리번거렸다. 여자의 울음소리는 계속하여 들려왔다. 슬프고 서러워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온 울음소리는 처량하기까지 했다. 고개를 돌려 보았다.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과 함께 회식을 하고 있었다. 무슨 사연인지 계속하여 울음을 터트렸다. 딸내미는 창피한지 밖으로 나가버렸다. 초등학생인 아들은 엄마 곁에 앉아 달래고 있었다. 잠시 후 남편도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아들의 애원에 울음을 멈춘 여인은 거울을 보고 눈물 자국을 지웠다. 루주도 다시 발랐다. 아들이 부축해 일어나 걸으려 했지만 쓰러져 넘어졌다. 술기운이 맹렬이 퍼지면서 신체를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남편이 들어왔다. 식당 바닥에 넘어져 있는 아내를 들쳐 엎고 사라졌다. 등에 업힌 여인은 종잇장처럼 말라 있었다. 편치 않는 몸인 것 같았다.

 

울고 있던 여인이 사라지자 테이블마다 여인의 이야기로 웅성웅성 나름대로의 추측을 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창피를 무릎 쓰고 울음을 터트린 이유는 분명 사소한 일이 아닐 것이다.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로 봐서는 삼십대 중반이 맞는 것 같았지만 얼굴에 굵은 주름이 너무 많았다. 너무나 가냘파 걷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사랑스러운 가족과 함께 회식자리에서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터져 나온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녀의 울음은 육체적 고통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이 아파우는 소리가 분명했다. 남편의 등에 업혀 사라진 슬픈 여인의 뒷모습은 식사하는 내내 잔영으로 남았다. “자기야, 자긴 행복한 줄 알아야 돼” 이 말에 수궁하지 않고 눈을 흘기는 아내는 도대체 무엇을 더 바라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