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공포의 관절꺾기

말까시 2012. 12. 24. 14:36

 

 

◇ 공포의 관절꺾기

 

꽁꽁 얼어붙은 날, 사람도 새들도 떨고 있다. 신나게 달리는 것은 자동차뿐 모두 다 느림보다. 손은 주머니 속으로, 귀는 모자 속으로 사람과 사람을 구별을 할 수가 없다. 냉기를 머금은 칼바람은 틈만 나면 비집고 들어가 속살을 도려내듯 고통을 안겨다 준다. 언덕에 흔들리는 잔가지는 차가움에 놀라 가늘게 떤다. 일 년 내내 녹색을 자랑했던 사철나무도 동장군 앞에 무릎 꿇고 영롱한 색을 감추어버렸다.

 

연일 계속되는 송년회에 지칠 대로 지친 육신을 뜨거운 물에 담가 지져보았다. 물기를 닦아내고 옥 장판의 온도를 최대로 올려 찜질을 했다. 땀구멍이 막혀 버렸는지 땀방울이 맺히지 않는다. 심한 갈증은 연신 물을 보충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횟수가 반복될수록 기력은 달아나 맥아리가 없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니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번쩍이는 별들이 무수히 쏟아져 내렸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아내가 흔들어 깨웠다. 피로를 풀로 간다면서 같이 가자고 했다. 내 몸을 남에게 맡기어 피로를 푼다는 것에 약간은 거부감이 있어 망설였다. 한번 서비스를 받아보면 다시 안갈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며 옷가지를 챙겨주었다. 호기심도 있고 워낙 지친 몸을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나쁜 바이러스가 침투할 것 같아 천근만근 육신을 끌고 아내를 따라 나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소파가 있었다. 상냥하게 인사하며 다가오는 아가씨는 자리에 앉으라 하면서 차를 권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나자 작은 방으로 안내 했다. 침대가 두 개 놓여 있었다. 가운을 주면서 갈아입으라 했다. 나무 양동이에 뜨거운 물을 가져와 분홍색 액체를 타고 발을 당구라 했다. 뜨거움이 전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족욕이 끝나자 발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문지르고 당기어 압박하는 반복 작업에 시원함이 머리끝까지 전해졌다. 졸음이 밀려 왔다.

 

건장한 남성 마사지사가 들어왔다. 어깨서부터 압박을 가하면서 주무르고 다시 관절을 꺾어 뒤로 젖히고 다리 접어 누르고 레슬링과 유도를 접목한 종합격투기를 하듯 내 몸을 자유자제로 다루었다. 한동안 통증이 밀려와 정신이 없었다. 아야! 소리도 못하고 참느라 구겨진 얼굴은 엎어진 채로 작은 구멍에 박혀 아무도 볼 수가 없었다. 통증을 호소하는 소리가 없자 약이 올랐는지 더욱더 관절꺾기에 강도를 높여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홀로 즐기는 것 같았다.

 

한 시간 반을 마사지사의 손놀림에 완전 녹초가 되었다. 아내는 끝나자마자 시원 해를 연발했다. 처음 겪어보는 스포츠마사지, 공포의 관절꺾기에 질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다. 뭉친 근 육이 워낙 많아 통증이 온 것이지 자주 하다보면 아픔 없이 시원함을 즐길 수 있다고 하면서 다시오라고 했다.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막걸리를 한 달 동안 푸지게 먹을 수 있다고 투덜거렸더니 그놈의 술타령 그만하고 건강에 투자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아내는 입을 씰룩거렸다. 오른쪽 어깨가 약간 결리고 아팠었는데 하루가 지나고 나니 깔끔하게 사라졌다.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