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비 마중 갑시다.

말까시 2012. 6. 28. 16:12

 

 

◇ 비 마중 갑시다.

 

온 국민이 바라는 빗님이 주말부터 내린다고 한다. 나라님이 기우제를 지내도 올까말까 하는 빗님이 오신다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산도 비옷도 필요 없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걷고 싶어진다. 촉촉이 젖어 드는 풀잎사이로 펄쩍 뛰는 개구리의 날렵함과 팔뚝만한 잉어의 멋진 유영, 물위로 치솟는 물고기를 보고 싶지 않은가. 산과 들이 물을 먹어 생동감 넘치는 생명체가 꿈틀대는 그 모습을 가슴속에 가득 담고 싶은 마음 누구라 할 것 없이 한결 같을 것이다.

 

소싯적 가뭄이 들면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바싹 말라버린 논바닥에 말라비틀어진 잡초와 벌레들뿐이다. 갈라진 틈바구니에 숨어 있는 미꾸리들도 계속되는 열기에 죽음을 면치 못한다. 밭곡식 역시 성장을 멈추고 축 늘어져 말라 죽고 만다. 그냥 바라만 볼뿐 대안이 없다. 여기저기 한숨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지나가는 비라도 내리면 호미로 모를 하나하나 심어야 했다.

 

비가 내려 논에 물이 들어오면 총동원령이 내려진다. 학생도 학업을 중단하고 모내기에 동원되었다. 하루라도 빨리 모내기를 하지 않으면 소출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뭄으로 흉년이 들면 수확은 반으로 줄어든다. 추수가 끝나면 집집마다 할당하여 반강제로 수매하고 나면 쌀밥을 구경할 수가 없다. 이듬해 보리가 수확되기 전까지 춘궁기는 배 고품의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나라 살림이 좀 넉넉해지자 천수답에 지하수 관정을 뚫었다. 전기를 끌어 들여 모터펌프를 가동시켜 물을 댔다. 비가 오지 않아도 모내기를 할 수 있으니 혁명이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문명의 이기에 산골오지에도 혜택을 받아 모내기철만 다가오면 근심걱정에 안절부절 못했던 농심에 훈풍이 분 것이다. 모터펌프를 훔쳐가는 도둑들이 극성을 부려 밤새 순찰을 돌아야 하는 불편을 겪었지만 식량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 것은 크나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는 건강에 좋다는 이유를 대서 혼식을 권장했었다. 도시락 검사를 받아야 하는 그때 그 시절 쌀이 절대 부족하여 궁여지책으로 만들어 낸 국가정책이다. 통일벼가 나오고 수리시설이 정비되면서 소출이 두 배로 늘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만이 쌀밥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온가족이 흰쌀밥을 먹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지금은 쌀이 남아돌아 추곡수매도 받아주지 않아 돈 만들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기압이 발달하여 장마전선의 접근을 막는다 해도 태평양에서 만들어진 강력한 비구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태양은 북반구에서 맹렬하게 열을 뿜어내고 있다. 뜨거워진 바다는 수증기를 하늘높이 올려 보낼 것이다. 태풍 하나 만들어 밀어붙인다면 가뭄에 허덕이는 한반도에 단비를 줄 것이다. 아침에 작렬 하던 태양이 오후가 되면 구름에 가려 희미해진다. 소나기가 내릴 정도의 구름은 아니지만 점점 구름의 색이 짙어지는 것을 보면 머지않아 비는 내리고 말 것이다. 이제 수해를 대비해야 할 때가 도래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