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인간의 덫에 걸려 몸부림치는 생물들

말까시 2012. 5. 10. 13:30

 

 

◇ 인간의 덫에 걸려 몸부림치는 생물들

 

땅속에 온기가 전해지자 깜짝 놀란 개구리가 두 눈을 뜨고 펄쩍 뛰어 나왔다. 물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 개구리는 밤만 되면 슬피 울어 부른다. 구애의 소리는 고요한 밤하늘을 타고 저 멀리 퍼져 나간다. 풀잎 사이에 걸친 소리는 처절하다 못해 자지러진다. 모내기를 위하여 논에 물이 들어가고 있다. 못자리에는 초록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텀벙텀벙 물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물속의 생물들이 먹이 사냥에 열중인 것 같다.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살짝 다가온 봄은 이내 가버리고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조석으로 시원할 뿐 한낮에는 조금만 걸어도 땀방울이 맺힌다. 계절의 감각을 가장 빠르게 반응한 젊은 처자들의 옷차림은 하나같이 하의 실종이다. 혓바닥을 쭉 내밀고 헐떡거리는 개들도 더위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비득비득 살찐 뱃가죽은 땅에 달 듯 위태롭다. 목줄을 힘차게 잡아당기자 다리는 질질 끌리어 미끄러진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운동부족으로 통통한 모습은 매한가지다.

 

여름을 달리는 둔치에 새 생명이 자리다툼하느라 아우성이다. 갈대, 억새, 수크령이 저마다 키 자랑하느라 날을 세우고 벼르고 있다. 불쑥 나타난 하루살이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손사래를 쳐보지만 진로를 방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깔따귀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루살이보다 약간 큰 황갈색 폭격기가 안면에 부닥치면 피부가 따갑고 흠집이 난다. 안경 넘어 눈으로 들어가면 한동안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방역을 한다고 한다. 저것도 생명인데, 불상타.

 

지렁이도 보인다. 비가 내려 땅속에 물이차면 위로 나와 산책로를 가로 지르다 죽임을 당한다.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 바퀴에 짓이겨지고 두 동강나 보기가 흉측하다. 깨끗해진 강물 속에는 팔뚝만한 잉어가 무리지어 유영하고 있다. 산란철을 맞이하여 수생식물이 우거진 곳을 찾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 지긋한 노인은 낚시 및 취사금지구역인지도 모르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그 옆에는 라면봉지와 막걸리도 보인다. 자연보호란 단어를 잊었나보다.

 

한편,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하고자 끌어들인 중장비는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법자가 되고 말았다. 마구 파 해쳐 놓은 둑에 어디선가 가져온 크나큰 바위가 자리를 잡았다. 어둠이 내리면 체조교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에 스트레스 받은 생물들이 몸서리치고 있다. 인간의 접근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자연이 공존하는 하천에 인공시설물이 너무 많아 하천의 제 기능을 상실하고 아파신음하고 있다. 욕심이 과하다.

 

내일은 어떤 생물이 나를 반길까. 조금씩 변화하는 자연은 어느 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비오고 볕들면 사람들의 옷차림이 변하듯 몸집커진 자연도 그들 특유의 색을 발산하여 시선을 끈다. 인간이 저질러 놓은 악의온상에도 묵묵히 버텨온 자연은 욕하지 않지만, 늘 선물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비바람 몰아치는 어느 날 산사태가 밀려와 보금자리를 앗아가는 재앙으로 앙갚음 할지도 모른다. 삶은 자연에서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