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불곡산은 여인의 품이다...

말까시 2011. 12. 13. 13:00

 

“불곡산 능선은 여인의 곡선이었다.”

 

허허 벌판에 웅장하게 들어선 양주역은 은하철도 구구처럼 하늘을 나는 전철역이다. 역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은 논과 밭이 주를 이루고 산이 저 멀리 있었다. 수도권에 먹을거리를 조달하기 위하여 들판에는 비닐하우스가 즐비했다. 한가한 도로에는 쏜살 같이 달리는 차들이 굉음을 내며 소란을 피웠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시골노인은 전철을 타기위해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그 옆을 뛰어 오르는 여인의 종아리는 총각무처럼 튼실했다. 경춘선이나 중앙선처럼 산님들이 많지는 않았다. 넓은 대합실에는 호친 들이 웅성 이는 소리 외에는 뚜벅거리는 구두소리가 전부였다. 양주 역은 시골 간이역처럼 한산했다.

 

 

양주시청 옆에 만들어진 들머리는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들어나 보이지 않는다. 불곡산에 처음인 사람들은 의회 건물에 가려져 있는 들머리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지 않을 수 없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커다란 안내간판 하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초입은 나무계단으로 오름을 도왔다.

 

햇볕이 내리쬐는 불곡산은 완만하게 이어졌다. 계곡은 바람도 없이 고요했다. 나무는 잎을 다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이 가늘게 흔들렸다. 뻥 뚫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다. 움직이는 동물은 이미 땅 속 깊숙이 자리 잡고 겨울잠을 자는 지 흔적 하나 없었다. 하늘을 나는 새들만이 신이 난 듯 능선을 넘나들었다.

 

불곡산이 작은 산이라 했지만 기암괴석은 설악산을 능가 했다. 바위와 바위가 만들어 낸 길은 험난했다. 눈이라도 내렸다면 오도 가도 못할 판이었다. 손이 글키고 엉덩이가 바위에 걸려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산행은 무난하게 이어졌다. 상봉과 상투봉을 이어지는 능선은 여인의 곡선처럼 아름다웠다.

 

상봉에서 인증 샷을 하는 순간 길 잃은 호랑이들이 합세했다. 호친의 무리들은 길게 이어졌다. 동두천에서 홀로 왔다는 그 여인은 걸쭉한 입담에 흥이 나고 맛난 음식에 탐복하여 꿈방의 거대한 조직에 들어오기로 했다. 임꺽정봉에서 뜨거운 포옹으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여인은 계곡아래 숲속으로 사라졌다.

 

악어바위에서 오라 손짓을 했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 초점을 맞추어보니 호친들은 하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칼날처럼 솟아 있는 바위는 앞길을 가로 막았다. 거리를 좁히기 위하여 뛰었다. 암벽에 붙어 있는 악어는 움직임이 없었다. 따스한 눈길을 주고 내 달렸다.

 

지하궁전 만찬장에는 음식준비로 부산했다. 신문지를 깔아 마련된 밥상에 삼겹살을 구워 상추와 배추로 쌓아 무수히 많은 고깃점들을 없앴다. 백김치와 김장김치는 고기 맛을 한층 더해주었다. 골뱅이 무침은 붉은 색이 너무 강해 눈을 부시게 했다. 황홀감에 빠진 호친들은 바싹 붙어서 우정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불꽃에서 나오는 연기와 수증기는 시야를 흐리게 했다. 갑자기 전등불이 나가 버렸다. 까만 밤, 부스럭거리는 소리 외에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날 이루어진 뒤풀이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