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바다위에 떠 있는 백운산

말까시 2011. 3. 13. 20:35

 

 

◈◈◈ 바다위에 떠있는 백운산

 

 

 

▲ 이름을 알수 없는 열매

 

 

생에 두 번째 찾은 운서역은 싸늘했다. 넓은 대합실은 차가운 냉기로 가득했다. 문이 열릴 때마다 들어오는 황소바람은 몸을 바짝 움츠리게 했다. 바닷바람 속에 묻어 있는 차가움은 피부를 살짝 찌르는 아픔을 주었다. “앗 추어라.” 내뱉는 친구들의 입모양이 귀엽고 예뻤다. 형형색색 등산복 차림은 패션 장을 방불케 했다. 차갑기만 했던 대리석이 서서히 달구어질 무렵 역을 빠져나와 산행은 시작되었다.

 

신도시를 조성하기 위하여 땅은 파 해쳐졌다. 벌겋게 들어난 황토 흙은 울고 있었다. 허허벌판에는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도 없었다.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쓰레기는 바람에 날리어 찢겨졌다. 구획정리가 덜된 듯 어디가 어딘지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튀어 올라와 있는 전선케이블은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했다. 중장비가 핥아버린 산허리는 발가벗은 채 치부를 들어내어 볼썽사나웠다.

 

들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신도시 조성으로 이정표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검은 매연과 먼지를 내뿜고 지나가는 트럭이 얄미웠다. 젓고개 근처 공사장 울타리를 시점으로 능선을 타기로 했다. 초입부터 가시덤불이 길을 막았다. 새롭게 등산로를 개척하면서 앞으로 나갔다. 능선은 등산로를 조성하기 위하여 일찍이 나무가 배어져 있었다. 바닥에 누워 있는 나무들은 수분을 잃고 썩어가고 있었다. 앙상한 가지를 타고 올라온 넝쿨 식물에는 빨간 열매가 탐스러웠다. 가시에 찔리고 나무에 걸려 위태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무사히 정상을 밟을 수가 있었다.

 

조망대의 바람은 모자를 들썩이게 했다. 운무가 있어 하늘은 낮았다. 멀리보이는 영종대교는 가느다란 철사 줄이었다. 서쪽으로 ‘신도’가 보이고 저 멀리 인천 쪽으로 ‘작약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황토 흙 너머 쪽빛바다는 검게 뻗어 있었다. 듬성듬성 보이는 건물은 상막했다. 활주로를 박차고 올라가는 비행기는 보이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제트엔진소리만이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암시했다.

 

평평하고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펴고 제사상을 차렸다. 없어서는 안 될 돼지머리는 가공된 것이라 아쉬웠지만 산신령을 불러오는 데는 손색이 없었다. 산행의 안녕과 가정의 무사, 무탈을 기원하는 시산제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거행되었다. 산신께 올리는 잔은 떨리었다. 축문을 읽을 때는 숙연한분위기가 한층 더해졌다. 일제히 재배를 하고 음복을 하는 것으로 시산제는 끝났다.

 

능선의 끝자락에 ‘용궁사’가 있었다. 절터 맨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불상의 얼굴에는 미소가 머물러 보기 좋았다. 수령을 알 수 없는 느티나무는 굽어 있었다. 늘어진 나뭇가지 곳곳에는 지팡이가 지탱하고 있었다. 노쇠한 나무는 기력이 없어 보였다. 양지 바른 언덕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하지만 껍질이 거칠어진 느티나무에서 새순이 나오려면 훈풍이 더 불어와야 할 것 같았다.

 

쏜살 같이 달여 온 봉고차는 정원을 초과한 채로 산길을 달려 식당으로 안내했다. 숯불에 구어 진 한우의 고소함과 한 잔술은 산행으로 지친 몸에 원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친구들은 흔들리는 꽃이었다. 또 다시 봉고차는 힘을 내어 선착장에 친구들을 내려놓았다. 배가 들어왔다. 사람도 타고 차량도 배에 올랐다. 아주 익숙하게 달려드는 갈매기는 먹이를 낚아채는 기술이 대단했다. 사방으로 펼쳐진 풍광을 감상하는 사이 배는 월미도에 접안하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오고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전철에 몸을 싣고 달콤한 꿈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 용궁사 느티나무

 

▲  수평선 위에 희미하게 보이는 영종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