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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로 끝난 금주(禁酒)

말까시 2011. 1. 25. 16:58

 

 

◇ 작심삼일로 끝난 금주(禁酒)

 

 

 

 

직장인들은 2년에 한번 건강검진을 한다. 나 역시 작년 연말에 가까운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다. 이미 고혈압에 고지혈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 공복상태에서 피를 뽑고 소변을 받아 제출하고 흉부 X-ray촬영 등 기본항목에 대하여 검진을 받았다. 이제나 저제나 검진결과가 날아오기를 학수고대 했지만 야속하게도 새해가 들어 한 달이 다가도록 소식이 없었다.

 

병원에 전화를 걸까 하다가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열어보았다. 회원가입을 하고 검진결과를 클릭하자 최근결과와 함께 과거 기록이 보기 좋게 올라와 있었다. 현재와 과거의 검진 결과를 비교해 보니 기준초과 항목이 점점 증가 추세에 있었다. 기준초과 항목은 경각심을 주기위한 듯 적색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간수치가 문제였다. 기준치를 살짝 넘었지만 보통일이 아니었다. ‘간질환 요주의 관찰’이란 의사의 소견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확 돋아났다.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뒤통수가 뻐근했다. 그동안 수없이 마신 알코올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건강회복을 위하여 무엇인가 새로운 다짐을 해야 했다. 무엇이 문제인가는 처방을 받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 실천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름진 음식을 삼가고 알코올 섭취량을 줄이며 삼시세끼 폭식하지 말고 꾸준히 유산소운동을 하면 초과된 항목을 정상으로 끌어 내릴 수 있다. 위에 열거한 실천 강령 하나하나 소화하기란 보통일이 아니다. 굳은 의지가 동반되지 않고는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수 십 년간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신체를 다시 새롭게 만들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대성공이다.

 

충격적인 건강검진 결과를 본 이후 삼일동안 음주를 하지 않았다. 금단현상은 곧바로 불안과 초조함을 안겨다 주었다. 갑작스런 변화에 위장에 들어간 음식은 소장과 대장을 통과하기까지 고통을 수반했다. 소화불량으로 뿜어져 나오는 가스가 실내공기를 아주 탁하게 만들었다. 인상을 찌푸리는 아내와 손사래를 치는 아들놈의 성화에 못 이겨 안방으로 피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통스런 표정을 본 아내는 단방에 해결할라 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라했다.

 

일요일 점심에 밥만 먹었다. 금주 삼일 째 되는 날이다. 붉게 물든 김치를 보자마자 막걸리 생각이 불끈 솟아올랐다. 참아야 한다. 여기서 무너지면 도저히 망가진 몸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꼴깍꼴깍 침을 삼키며 밥알을 씹고 또 씹었지만 예전의 맛이 아니었다. 모래알을 씹는 것처럼 입안이 껄끄러웠다. 위장에서는 가스가 차는 듯 더부룩하더니만 연신 트림을 만들어 냈다. 딱 한잔만 털어 넣으면 만사형통인 것을 힘들게 참아야 한단 말인가. 고통스런 시간은 오후 내내 나를 괴롭혔다.

 

참고 견디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더 해가 될 수 있다는 아내의 말에 굳은 의지는 무너고 말았다.마트를 향하여 뛰었다. 막걸리 한통과 오징어와 홍합을 샀다. 바깥공기가 몹시도 차가웠지만 구수한 막걸리 생각에 추운 줄도 몰랐다. 집에 와서 김치를 송송 썰어 오징어와 홍합을 넣고 김치전을 붙였다. 가족과 함께 둘러 앉아 마시는 막걸리와 곁들인 김치전의 맛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환상 그 자체였다. 배가 두둑이 불러오고 취기가 오르니 부러울 것이 없었다. 행복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이 아내와 아이들은 나를 째려보았다. 잠시 후 “작심삼일”을 연신 외쳐댔다. 먹고 싶은 욕망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만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데, 그 길은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일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