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나와 아내가 태어난 곳에서의 휴가

말까시 2010. 8. 10. 17:04

 

 

 

나와 아내가 자란 곳에서 보낸 휴식은

우리가족 눈을 더욱더 초롱 하게 했다.

 

 

<태백산맥에서 나오는 현가네 부자집> 

 

아주 오래전에는 유명한 해수욕장이나 계곡에서 휴가를 보내고 오는 것을 최고로 쳤다. 휴가를 다녀 온 사람들은 의례적으로 얼굴과 목 그리고 팔다리가 벌겋게 달아올라 따갑다고 했다. 그것이 휴가를 다녀왔다는 증표이면서 자랑거리가 되었었다. 태양이 내리 쬐는 해변 가에서 살이 타는 것도 모르고 놀다 보면 화상을 입어 상당한 시간동안 고통을 주었다. 누구나 자외선을 차단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검게 그을린 피부가 강인해 보이고 또한 그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금은 자외선이 피부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차단제를 바른다. 피부를 타게 방치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피서의 풍습도 변하는 것 같다.

 

유명피서지는 번잡하여 싫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는 물 맑고 공기 좋은 두메산골이 여름피서지로서 제격이다. 그런 곳이 고향이다. 우리가족 하계휴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향을 방문한 다음 처가에 들려오는 것으로 끝난다. 그렇게 유명한 계곡이거나 바닷가는 아니지만 북적대는 사람이 적고 적당한 그늘이 있어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데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숙소를 따로 정할 필요가 없어 많은 절약이 된다. 더군다나 부모님을 만나 문안인사까지 할 수 있으니 효도휴가라 할 수도 있다. 금년 역시 나와 아내가 태어난 곳을 두루 살피고 그 안에서 포근함을 느끼고 왔다.

 

 

<천년이 넘은 보석사의 은행나무>

 

첫날은 어머니가 인삼 황기를 넣고 고아 만든 삼계탕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다음날은 텃밭에서 자란 신선한 채소로 반찬을 만들어 채식위주의 식사를 했다. 간식으로는 옥수수를 삶아 나누어 먹음으로 해서 제대로 된 웰빙식을 맛볼 수가 있었다. 지하에서 펌프로 솟아 올라오는 지하수는 차가움이 얼음이었다. 한모금만 마셔도 청량감이 최고조로 갑자기 온몸이 시원해짐을 느낄 수가 있다.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여름인데도 샤워를 하는데 턱이 덜덜 떨렸다. 목욕탕은 천연냉장고와 다름이 없었다.

 

다음날 나의 고향인 충남 금산의 진악산 기슭에 자리 잡은 아담한 사찰인 ‘보석사’의 경관을 감상하고 인근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나무에서 품어져 나오는 향기를 듬뿍 담아왔다. 보석사 인근에 있는 천년이 넘은 은행나무의 늘어진 가지는 땅에 닿아 다시 싹을 튀어 하나의 개체로 탄생했다고 한다. 나라의 길흉에 따라 울음소리를 낸다는 전설적인 고목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유명한 은행나무이다.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

 

한반도를 가로질러 벌교에 있는 소설가 ‘조정래 문학관’을 둘러보고 아내의 고향인 전남 고흥반도에 에서 이틀 밤을 지새웠다. 고흥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아기자기한 해수욕장이 많았다. 해년마다 새로운 해수욕장을 찾아 물놀이를 하곤 했다. 수심이 깊지 않고 간만의 차가 커서 해수욕과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이다. 나로도 우주체험관을 둘러보고 유람선을 타고 해안의 기암절벽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배가 고파 시장기를 느낀다. 녹동에 있는 어시장에서 문어 낙지 횟감으로 술 한 잔 하니 여기가 천국이요. 세상사 부러울 것이 없었다. 싱싱한 횟감과 산소가 가득이 포함되어 있는 신선한 공기 속에서 마시는 술은 전혀 취기를 느낄 수가 없었다.

 

 

<고흥반도에 있는 대전해수욕장>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게 박혀 있었다. 어둠이 쓸고 간 마당 귀퉁이에서는 풀벌레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왔고 저 멀리 뒤 산에서는 이름 모를 짐승들이 저마다 특유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무가 우거지고 사람이 줄어든 시골은 각종 풀 벌래 들의 천국이 되어 있었다. 삼일동안의 길지 않은 여름휴가였지만 나와 아내가 자란 곳에서 보낸 휴식은 우리가족 눈을 더욱더 초롱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