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김치 담그는 아빠가 최고

말까시 2010. 6. 8. 15:28

 

 

◇ 김치 담그는 아빠가 최고

 

모처럼 집안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저녁을 먹게 되었다. 딸내미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부쩍 반찬 투정이 많아졌다. 매일 같이 반복되어 올라오는 김치가 식상한 것이다. 푹푹 찌는 여름인데도 김장김치가 식탁에 올라오고 있으니 그럴 만도하다. 주기적으로 시골에서 공수해오는 김치는 아주 맛깔스럽게 익어 그냥 먹어도 맛있고 찌개를 끓이면 감칠맛이 난다. 그런데 딸내미는 반찬에 대한 불만이 많다. 누렇게 익은 김치보다 갓 담은 새 김치를 먹고 싶은 것이다.

 

이번기회에 배추김치 한번 맛있게 담아보시지 하고 아내에게 제의를 했다. 그 순간 딸내미는 아빠가 담은 김치가 맛있다면서 엄마가 담겠다는 것을 극구 말렸다. 모처럼 아내가 담은 김치를 먹고 싶었는데 딸의 적극적인 반대로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사실 아내는 결혼 후 손에 꼽을 정도의 몇 번 담고는 계속하여 장모가 보내주는 김치를 식탁에 올렸다. 일 년에 한두 번 담그는 아내의 김치는 맛이 뒤떨어졌다. 딸은 이미 김치 담그는 실력이 아빠가 더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철이 바뀔 때마다 고들빼기김치, 얼갈이물김치, 총각김치, 머리가 큰 파김치 등, 김치 담는 것을 취미로 늘 해왔기 때문에 구수하고 시원한 김치를 담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누가 누구에게 전수를 해서 배운 것이 아니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어 반복한 결과 절임의 기술과 젓국의 농도, 양념을 버무리는 다양한 기술을 배워 익힌 것이다. 한국의 음식은 계량화가 안 되었기 때문에 양념의 양은 감으로 익힐 수밖에 없다. 꾸준하게 철따라 바뀌는 재료를 구입하여 버무려 봄으로써 진정한 손맛을 낼 수가 있는 것이다.

 

배추를 사기 위하여 백화점에 갔다. 열무와 얼갈이 그리고 파는 한 단씩 묶어져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배추는 세포기 씩 그물망에 넣어져 포장되어 있어 한포기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장김치도 아니고 세포기를 사는 것은 무리였다. 딸내미가 간곡히 부탁한 것인데 그냥 갈수가 없었다. 백화점을 나왔다. 노점상을 찾아 헤맸다. 노점상 역시 세포기를 한데 묶어 진열해 있었다. 팔지 않으면 어쩌나 고민을 했지만 아줌마는 뭉텅한 손으로 포장을 풀어 한포기를 나에게 주었다. 발품을 팔은 보람으로 배추 한포기와 쪽파, 홍고추를 살수가 있었다.

 

맹렬히 돌아가는 믹서 기에 오곡밥과 홍고추, 마늘, 생강을 넣고 저속과 고속으로 번갈아 갈았다. 새우젓도 넣고 멸치액젓도 넣었다. 구수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멸치액젓을 넣고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내려면 새우젓을 더 많이 넣어야 한다. 쪽파는 잘 다듬어 듬성듬성 썰어 놓는다. 잘 갈아진 양념에 고춧가루와 쪽파를 넣고 버무린다. 발효를 돕기 위하여 밥을 갈아 넣었지만 조금 더 빨리 익는 것을 돕기 위해서 진한 매실 액을 첨가한다. 붉게 물든 양념을 배추의 사이사이에 모자람이 없이 정성들여 집어넣는다. 하루 상온에서 익힌 다음 냉장고에 넣어 저속으로 숙성시키면 배추의 아삭한 맛과 젓국의 짠맛이 어우러져 감칠맛이 난다. 매 끼니 조금씩 꺼내 식탁에 올리면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의 입은 즐거워진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김치는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김치는 손수재료를 사서 담아 먹으면 그 재미가 쏠쏠하다. 그날 배추김치와 머리가 큰 쪽파 김치를 담아 냉장고에 넣어 숙성을 시키고 있다. 그 맛이 어떨까 궁금해진다. 산행 하루전날 꺼내 맛깔스럽게 익었으면 챙겨 간다.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