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공짜는 없다

말까시 2010. 4. 29. 15:39

 

 

◇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내는 무료영화 티켓 한 장을 주면서 시간 있으면 보라했다. 한 장에 두 명이 볼 수 있는 티켓이었다. 제목을 보니 ‘식객’이었다.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은 나였기에 어떤 내용의 영화일까 궁금했다. 무료영화를 본 기억이 없는 나는 영화홍보를 위한 이벤트로 알고 식탁위의 서류함에 올려놓았다. 식사를 할 때마다 울긋불긋한 무료관람권은 시선을 자극했다. 아들에게 같이 갈 것을 권유 했더니만 혼 쾌히 받아들였다.

 

상영하는 날 아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아갔다. 저녁 늦은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무료영화를 보로 온 손님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들도 보였다. ‘식객’을 상영하는 극장 앞에는 정장차림의 건장한 청년들이 무리를 지어 있었다. 약간의 위압감을 느꼈다. 그리고 많은 직원들이 극장을 오가며 무엇인가 날랐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표를 받는 여직원은 상냥하면서 미모 또한 뛰어났다.

 

표를 내고 들어가려는 순간 제지를 당했다. 학생은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어이가 없었다. 표의 뒤 아래 자세히 보니 27세 이상 60세 이하만 관람가능이라고 깨알 같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관혼상제에 대한 홍보교육 후 영화를 상영한다고 한다. 1관에서 5관까지 있는 극장이기에 다른 영화를 볼 것을 제안 했지만 아들은 집에 간다고 하면서 가버렸다. 아들에게 미안했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가득했다. 관람시간이 임박하자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자 마이크를 잡은 신사분이 나타났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나서 관혼상제에 대한 홍보를 했다. 간간이 퀴즈를 내어 맞힌 사람에게 상품도 주었다. 삼십분 정도 흘렀을까 본격적으로 상조보험에 대하여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회사와 비교를 하면서 자랑을 늘어놓는데 청산유수였다.

 

한 시간 넘도록 홍보에 열을 올린 진행자는 목이 타는지 연신 물을 들이켰다. 짜증이 났다. 여기저기서 그만하라 웅성이기 시작했다. 거금을 들여 극장 하나를 통째로 빌렸다면서 오늘 여기에 오신 분들은 좋은 선물 하나 얻어갈 수가 있다고 했다. 얼마 후 직원들은 가입신청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진행자는 상조보험에 대한 좋은 점을 계속하여 열변을 토했다. 여러 명의 남녀 직원들은 의자사이를 오가면서 가입을 권했다. 갑자기 극장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직원들은 여기도 가입 저기도 가입했다면서 신청서를 계속하여 앞으로 날랐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입할 리가 없었다. 바람 잡는 분들이 곳곳에 앉아 가짜가입신청서를 작성한 것이 분명했다.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영화는 상영되었다. 시계를 보니 아홉시가 넘어 열시를 향하고 있었다. 졸음이 밀려왔다. 중간에 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보니 12시가 다되었다. 너무나 긴 시간을 어두운 극장 안에 갇혀 소비했었던 것이다. 기분이 씁쓰름했다. 극장 티켓하나 제대로 보지 못하여 실망만 안겨주다니 아들 볼 면목이 없었다. 공짜라는 이유로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나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크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