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능선이 뜨거운 북한산

말까시 2009. 7. 6. 17:35

 

 

◇ 능선이 뜨거운 북한산

 

집합장소불광역은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열기가 대단했다. 기온의 급상승으로 달구어진 아스팔트는 아지랑이를 만들어 냈다.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내뿜는 매연은 이마 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침부터 막걸리를 한잔 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 옆에 맞장구치는 아줌마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입을 가리지도 않고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그늘 아래는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은 아니지만 불광역역시 산행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초입부터 절벽이었다. 급경사를 오르는 사람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삼십 도를 웃도는 날씨는 산사람들을 금방 지치게 했다. 숲이 우거졌다고는 하나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은 피부를 파고들었다. 땀방울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이마를 비롯하여 목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땀방울은 비싼 옷을 적시었다. 타는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벌컥벌컥 마신 물은 배를 볼록하게 만들었다. 가다가 쉬다가를 반복한 끝에 족두리 바위에 올랐다.

 

사방이 탁 트인 능선은 인간의 사슬로 이어졌다. 뜨거운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흩어졌다. 삼원색으로 치장한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을 단풍을 연상케 했다. 계속하여 펼쳐진 풍광은 지친 몸과는 달리 눈을 시원하게 했다. 큰 바위 작은 바위가 만들어낸 형상들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척박한 바위틈에 매달려 있는 노송은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아 갈 것 같았다. 사람의 발길은 뿌리를 들어나게 했다. 상처를 딛고 봄에 싹을 틔워 낙엽이 되기까지 인간을 얼마나 원망을 했을까.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해도 소용이 없었다.

 

배가 고팠다. 다른 산행과는 달리 새참도 먹지 못했다. 갈증을 해소하는데 최고인 막걸리도 한잔 못했다. 산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조금만, 조금만 하다 보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물배로 채워진 배속에서는 불만의 신호음을 밖으로 내보냈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우리일행이 찾아낸 장소는 명당 중에 명당이었다. 계곡의 물이 흐르다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오염물질을 걸러내고 바위틈으로 다시 흘러나와 작은 호수를 만들었다. 물은 땅속의 냉기를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오랫동안 발을 당굴수가 없었다.

 

시원한 물줄기를 등에 들어부으니 더위는 일순간에 사라졌다. 머리위의 나무에서는 상큼한 산소를 마구 쏟아냈다. 웰~빙식으로 준비된 점심의 메뉴는 아주 다양했다. 땀방울을 흘린 후의 식사라 그런지 된장을 찍어 바르지 않은 풋고추도 별미였다. 잡곡밥과, 손수 만들어 온 도토리묵은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살살 녹았다. 새벽잠을 버리고 일어나 묵은지로 만들어 온 김치전은 막걸리 안주로 최고였다. 아주 긴 시간을 물가에 앉아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에너지는 다시 솟기 시작했다. 배가 부르고 취기가 더해지자 말과 말은 계속 이어졌다.

 

남쪽 능선을 타고 올라 비봉을 거쳐서 사모바위를 우축에 놓고 북쪽계곡으로 내려와 구파발에서 헤어졌다. 아주 긴 산행은 아니었지만 그 어느 산행보다도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 다들 사는 방법은 달라도 큰 어려움 없이 탄탄한 삶을 꾸려온 친구들이었다. 거듭된 산행으로 우리라는 공감대가 형성 되면서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았다. 월요일 출근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뒤풀이는 하지 않았다. 귀가시간이 빨라지고 피곤함이 덜해 좋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