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숲속의 터널 청계산

말까시 2009. 6. 7. 16:41

 

  

◇숲속의 터널 청계산

 

양재역, 그 얼마 만에 가보는 곳인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공사로 인하여 시끄럽고 복잡했다. 성남방향으로 가기 위한 인파는 아침 일찍 이었음에도 상당했다.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다시 버스를 타려고 길게 줄을 이어갔다. 태양은 뜨겁게 내리 쬐었지만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열기는 시들했다. 그늘 속으로 몸을 감춘 채 기다림의 시간은 계속되었다. 어느 곳에 행사가 있는 듯 학생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사이사이 등산복 차림의 중년들의 모습도 보였다. 산사람들과 학생들이 함께 뒤섞여 있는 양재역 7번 출구는 인산인해였다.

 

버스를 타고 가려했지만 포기 했다. 사람이 많았고 기다리는 것이 너무 지루했기 때문이었다. 4명씩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역 근처라 그런지 택시를 타는 데는 그리 어려움이 없었다. 바람을 가르고 달려가는 택시는 시원함을 안겨다 주었다. 배낭과 함께 한 택시 안에는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옴짝달싹 못하고 ‘옛골’까지 가야만 했다. 청계산을 우축으로 놓아둔 채 택시는 시골길 같은 좁은 길을 마구 달렸다. 개발제한 구역이라 그런지 건물들이 볼품이 없었다. 무엇인가 불만이 있는 듯 붉은 글씨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개발의 진통이 시작되는 듯, 마을은 어수선했다.

 

‘옛골’에서 산행은 시작되었다. 경부고속도로 아래의 지하도를 지나자 산행을 하는 사람들과 장사꾼들이 뒤섞여 있었다. 무엇인가 흥정을 하는지 시끌벅적했다. 하늘에서는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기 시작했다. 산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땀이 날려는지 피부는 숨구멍을 열기 시작했다. 자외선 침투를 조금이라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여인의 얼굴은 천으로 감싸 있었다. 눈동자만이 누군가를 보고자 빛이 났다. 신발 끈을 다시매고 모자를 눌러써 얼굴에 그늘을 만들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청계산 초입부터 무성한 나뭇잎이 만들어낸 그늘은 하나의 터널이었다. 나뭇잎에 가리어진 태양은 간간히 작은 빛을 분사했지만 열기는 없었다. 제법 커져버린 잎들은 녹색의 티를 벗고 푸른색의 물결로 넘실거렸다. 나무에서 쏟아지는 냉기는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했다. 피부는 땀구멍을 닫아 냉기를 차단하려는 듯 소름을 돋게 했다. 산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는 머릿속을 맑게 하고 눈을 시원하게 했다. 숲속의 터널을 가면 갈수록 굳어 있던 얼굴이 펴지면서 이야기꽃이 피기 시작했다. 오르면 오를수록 숲이 우거져 길은 어두워 밤길을 걷는 듯 했다.

 

악마의 깔딱 고개는 청계산에도 있었다. 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진 길은 끝이 없었다. 몇 번을 쉬고 오르기를 반복한 끝에 하늘을 볼 수가 있었다. 궂게 닫혀 있던 땀구멍에서는 몽글몽글 땀방울이 솟아났다. 산 정상에는 남녀노소를 분간 할 수 없이 사람들로 빼곡했다. 이수봉이란 표석에는 사진을 촬영하는 인파들로 둘러싸여 접근이 어려웠다. 그늘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어 요기를 했다. 문어, 보쌈, 오곡밥, 그리고 복분자, 매실주, 남자에게 좋다는 독주를 마시며 즐거운 오찬을 즐겼다.

 

하산하는 길은 수월했다. 그리 높지 않은 길이라 기암괴석도 없었고 줄타기도 없었다. 긴장을 하지 않아도 자유스럽게 담소를 나누며 걷기에 아주 좋은 코스였다. 중부 능선에서 꿈방친구인 ‘미소’를 만났다. 반가운 나머지 친구들은 탄성을 지르며 악수를 나누었다. 그곳에서부터 미소와 친구들은 맛깔 나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정을 나누었다. 따뜻한 정 하나하나가 뭉쳐진 하산의 길은 피곤함을 엿볼 수가 없었다. 옛골에서 시작한 산행은 이수봉을 거쳐 과천 어린이 대공원 뒤로 하산을 하는 것으로 끝났다.

 

에어컨도 없는 시골마을버스를 타고 인덕원까지 나왔다. 시원한 맥주로 더위를 달래며 시작한 뒤풀이는 산행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알코올이 전신에 퍼지기 시작하는지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덩달아 벌어지는 입에서는 연신 폭소를 터트렸다. 벌겋게 달아 오른 얼굴은 친구들을 더욱더 가깝게 만들었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것도 잊은 채 500cc여러 잔을 비운 끝에 끝났다. 꿈방 친구들의 우정은 청계산 곳곳에 산재해 있는 자연의 정기를 듬뿍 받아 더욱더 돈독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