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핀 꽃
◇◇ 가슴속에 핀 꽃 완연한 봄이 왔다고는 하나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예측하기 어렵다. 해가 보였다가 구름이 보이고 바람이 몰아치기도 한다. 온도차이도 날마다 다르다. 차가움이 서서히 밀려가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따스한 봄이 오는 것이 정상인데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 인간이 저질러 논 것들에 대한 하늘이 노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봄이 오고 다시 여름이 오는 사계절은 변함없이 순환 될 것이다. 봄이 왔다고 난리가 났다. 하늘에서는 새들이 날개 짓하고 들판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있다. 봄의 꽃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개나리 진달래가 아닌가. 길모퉁이 양지 바른 언덕에는 개나리가 만개하여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산기슭에도 진달래가 활짝 피어 분홍의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름모를 나무위의 꽃들, 생각나무라고 칭하자. 노란 꽃들이 아직 잎이 돋아나지 않은 가지사이에 피어올라 벌들을 유혹하고 있다. 개구리는 겨울잠을 자고 있는지 아직 볼 수가 없다. 땅속까지 봄의 열기가 전달되지 않았나보다. 아니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일까. 저 멀리 남쪽에는 이미 풀 섶을 헤치고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을지 모른다. 도시를 떠나야 계절이 주는 행복을 얻을 수 있을 텐데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의 봄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직직한 회색빛 도시는 겨울이다. 꽃들이 없다. 하천변이나 공원에 나가봐야 꽃을 볼 수가 있다. 아직도 거리에서 노숙하는 분들은 솜바지를 겹겹이 껴입고 있다. 개구리가 고개를 내밀고 그 모습을 보고는 한겨울이라 생각했는지 땅속 깊숙이 사라졌다. 여름이 올 무렵에나 개구리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지나 않을까 점쳐본다. 황사가 온 것인가. 하늘이 온통 부옇다. 미세먼지의 농도가 상당히 높아 보인다. 듬성듬성 피어난 꽃들의 색이 선명하지 않다. 오염된 공기의 영향이 크다. 땅에서 솟아오른 먼지, 매연으로 찌들은 나무에 꽃이 핀들 화려할 수 있겠는가. 비라도 한줄기 뿌려준다면 고맙겠지만 로또만큼이나 어렵다. 큰 거리에 대형 살수차가 물을 뿌려주어 그나마 다행이다. 주말이 되면 봄나들이 인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날이 따스하여 들로 산으로 많이들 가는 것 같다. 녹색의 물결, 아니 꽃을 보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꽃 속에 파묻힌 인간의 가슴속에는 무슨 꽃이 피어 있을까. 아직 피지 않고 얼어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꽃을 보고 미소를 보였지만 왠지 웃음의 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생업에 바쁘다 보니 여유가 없는 것이다. 경기도 좋지 않고, 하물며 북한에서는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 정채불명의 쇠 덩어리를 하늘 높이 쏘아 올린다고 하니 가슴속에 핀 꽃이 화려할 리가 없다. 그래도 봄은 이미 와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잠간 왔다가는 봄, 부지런히 달려가 뜨거운 기운을 받아야 한다. 가슴속에 핀 꽃은 언제 만개를 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