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면 무엇을 하나
◇ 답답하면 무엇을 하나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거의 무의식 상태라 할 수 있다. 갓난아기는 본능적으로 젓 빨기 외에는 잠자는 일이 전부다. 점점 자라나서 생각주머니가 커지게 되면 잠자는 시간 빼고는 부단히 움직인다. 무엇을 얻고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그 자체가 본능인 것이다. 닥치는 대로 잡히는 것은 무조건 입에 넣는다. 신기하게 아무거나 삼키지는 않는다. 입에는 맛을 감지 할 수 있는 센서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신기하여 보는 족족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렇게 유년 시절에는 무료함을 모르고 눈 깜작 할 사이 지나가 버린다. 학창시절, 시간 참 많다. 요즈음이야 학원 다니느라 정신이 없이 바쁘지만 우리 때만 해도 노는데 정신이 팔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자랐다. 방과 후의 시간은 누구도 통제 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 펼쳐진다. 산에 가서 놀던 들에서 뛰어놀던 선생님도 부모님도 모른다. 해질 무렵 집에 들어와 얼굴만 비치면 그만이다. 물질이 풍요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찼다. 공부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답답하고 무료하여 고민을 해본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성인이 되고나서 먹고 살기위한 투쟁이 시작된다. 취업전쟁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직장을 얻는 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수준이 그때보다 상향이 되었을 뿐 경쟁률에 있어서는 직업의 좋고 나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모든 직업이 다 높은 것은 아니다. 불황으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취업하기 힘들다 하지만 눈높이가 하나같이 한곳에 있어서 문제인 것이다. 지금처럼 고급인력이 많지 않았지만 일자리 역시 적어 취업하는데 쉽지 않았다. 취업에 매진하다보면 이때도 무료함은 마음속에 접근할 수가 없다. 삼십대가 되어 본격적으로 돈버는 일에 매진하다보면 나들이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결혼하여 아기가 태어나 보채기 시작하면 집에서도 쉴 시간이 거의 없다. 짜증나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아내와 다투는 횟수도 증가하는 때가 바로 이시기이다. 심적으로 가장 부담이 되는 때이기도 하다. 돈벌이는 적은데 챙겨야 할 일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회사나 집에서나 여유가 없다. 무엇인가 하려해도 장애물이 너무 많다.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는 술과 친해져 방황할 때도 있다. 사십대 아! 해방이다. 황금의 나이라고들 한다. 애들도 어느 정도 자라서 스스로 알아서 챙겨먹는다. 부지런히 일하며 알뜰하게 저축한 사람들은 집도 마련하여 보금자리 걱정에서 해방된다. 직장에서도 간부대열에 올라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된다. 털털하기만 했던 모습도 새롭게 가꾸어 모양새가 폼 난다. 여자나 남자나 우아하고 중후한 멋이 절정에 오른다. 봄날 해살이 내리쬐는 양지바른 언덕에서 되새김질을 하는 누렁이의 여유로움이 사십대 중년의 모습인 것이다. 시간과 돈에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퇴근 후의 시간을 곧장 집으로 가서 보내기는 무엇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답답하고 무료함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사람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이때부터 아득히 잊고 있던 친구를 찾기 시작한다. 만남이 이루어진다. 먹고 마시면 얼마간은 즐겁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금방 실증을 느끼고 만다. 또 답답하다.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맨다. 가장 쉬운 취미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산행에 도전 했지만 숨이 막히고 힘들다 보면 지래 포기한다. 산 아래 취미 중에서 많은 것들도 있지만 장시간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술을 좋아 하는 친구들은 밤새 퍼마시면 아주 긴 시간을 행복하게 보 낼 수 있지만 그 이튿날 그만큼의 고통이 따른다. 음주는 취미가 될 수 없다. 점점 남아도는 시간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답답하면 무엇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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