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내 얼굴에 금이 갔다.

말까시 2008. 11. 19. 20:24

 

   

◇ 내 얼굴에 금이 갔다.

 

감기 바이러스는 내 몸 깊숙이 파고들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일주일전에 과음으로 인하여 몸이 쇠약해진 틈을 타고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하지 않았지만 평소 걷기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잔병을 앓아본 경험도 없다. 내 나이를 모르고 항상 이팔청춘인 듯 방심했던 것이 화를 키우게 된 것이다. 초기에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어야 하는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요즈음 감기는 특이하다. 머리는 아프지 않지만 콧물은 줄기차게 흘러내린다. 책상위에는 흘러내리는 콧물을 닦아낸 휴지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약한 부위부터 맹공격을 가하드니만 결국 온몸 전체를 녹다운 시키고 말았다. 기침과 오한이 몰아치면서 뼈와 살이 녹아내리는 느낌이 든다. 참으로 독한 놈이 들어와서 제 앞마당인양 즐기고 있다. 몇 마리가 침투했는지 모르지만 이놈들이 질러대는 발길질에 난 초죽음이 다 되었다.

 

이놈이 언제까지 몸 안에서 활동을 멈출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예전감기는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한 일주일 정도 앓으면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었다. 바이러스의 내성도 나날이 발전하는가 보다. 전염성도 아주 뛰어난 놈들임에 틀림이 없다. 독감예방주사를 맞은 사람 빼고는 다들 감기에 걸려 맥을 못 추고 있다. 하루 종일 사무실 안에는 콜록콜록 기침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애들과 노인들이나 예방접종을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내몸도 봄날은 다 갔나 보다. 내년부턴 나도 한방 맞아야 되겠다.

 

감기를 앓다보니 쇠약해진 몸에는 벌써부터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면의 피부가 거칠어지고 윤기가 없어졌다. 개기름이 좔좔 흐르던 얼굴에는 가느다란 금이 그어졌다. 매서운 칼바람에 유리가 깨지듯 산산조각 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오른쪽 입술은 바이러스 몇 놈이 뚫고 나왔다. 불어 터서 보기가 흉측하다. 농담 좋아 하는 친구들은 뽀뽀를 얼마나 요란하게 했으면 입술이 깨졌냐고 놀려댄다. 억울하다. 감기가 걸려 힘이 하나도 없는 몸을 갖고 무슨 뽀뽀를 한단 말인가. 화장실에서 물소리만 들려와도 혹시 아내가 샤워하지는 않을까 겁이 덜컹 난다. 긴 밤 조용히 자고 싶다.

 

이놈들을 때려잡을 방도는 없단 말인가. 감기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는 백신은 없다고 한다. 단지 치료라고 하는 것이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약을 먹든 안 먹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낳는다고 하는데 이제 와서 병원 가기도 그렇다. 떠돌아다니는 처방전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지만 감기바이러스는 참으로 아이러니 한 놈들이다. 일주일이 넘도록 차도가 없는 것을 보니 이참에 민간요법을 동원해 보아야겠다.

 

대파뿌리를 삶아서 그 물을 마시면 감쪽같이 달아난다 하고 생강을 달인 물을 마시면 언제 앓았냐는 듯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고 한다. 또한 매운탕에 소주한잔하고 따뜻한 아래 묵에서 땀을 듬뿍 흘리고 나면 개운하다고 하는데 이는 믿기 어렵다. 네놈이 이기는가. 내가 이기는가. 병원에 가지 않고 싸워볼 심상이다. 미련한 짓이라 해도 이번만큼은 민간요법에 의존해 감기를 물리쳐 볼 것이다. 제아무리 독한 바이러스라 할지라도 결국 꼬리를 내리고 말 것이다. 내가 이기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친구들 감기조심 하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