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좌절과 희망

말까시 2008. 5. 21. 18:16
 

◇ 내가 짓밟아 버린 자연, 재앙으로 앙갚음한다.


5월이 오면서 솜털같이 보드라운 연두색 빛이 짙은 녹색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봄에 보드라운 새싹이 돋아나서 물속에 녹아 있는 양분과 태양의 빛을 받아 성장하기 시작하더니 가지와 잎에는 제법 힘이 들어가 있다. 잎이 자라서 숲을 이루니 매서운 칼바람도 잔잔하게 가라 앉아 부드럽기가 순한 양이 다 되었다.


봄비는 바람에 흩날리어 옷을 적시어도 그리 표시 나지 않지만 여름의 초입, 5월의 빗줄기는 제법 굵어 우산 없이는 속옷까지 흠뻑 젖는다. 비가 오는 횟수도 잦아져 주말이면 거의 빗방울이 떨어진다.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은 짜증이 나겠지만 나름대로의 역할에 고마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흙이 없어 필 공간이 부족하지만 회색빛 도시의 귀퉁이에도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도시의 공원에 핀 꽃들은 인간의 손길에 지나치리만큼 정형화되어 금방 식상하다. 산과 들에 자연스럽게 핀 들꽃이야 말로 거부감이 없다. 살며시 다가가 공간의 여유로움에 푹 빠져 아주 긴 시간을 놀아보아도 지겨움이 없다. 가공되어진 것들은 화려할지 모르지만 섬세하고 우화함은 한참 떨어진다. 자연은 자연적으로 형성이 되어야 그 모습이 아름답다.    


인간의 욕망에 하늘높이 올라간 빌딩들도 분단장 하랴 바쁘다. 겨우내 찌들었던 묵은 때를 베껴내기 위하여 건물에 매달린 사람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동아줄 하나에 매달리어 작업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오금이 저려온다. 태어날 때 강심장을 갖고 세상에 나왔겠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엄청난 훈련과 노력이 결부된 결과 일 것이다. 작은 일에도 쉽게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들의 용기에 힘찬 박수를 보내어 찬양을 해도 지나친 것은 아니다.    


강하기만 했던 인간이 자연 앞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엄청난 재앙에 속수무책이다. 사망자의 숫자는 하룻밤이 지날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고 있다. 바로 이웃나라인 중국 쓰촨성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엄청난 재산과 인명피해를 입었다. 자연의 횡포에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아연 질색하는 모습이 연일 방송을 타고 안방에 전달되고 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울부짖음은 참아 눈뜨고 볼 수가 없다.


콘크리트 더미에 깔리어 살아야겠다는 굳은 의지 하나로 꺼져가는 생명을 부여잡고 구조되기를 학수고대 했던 한 청년의 절규는 처절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6시간의 사투 끝에 구조되었지만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흔들어도 미동도 하지 않는 가장의 주검 앞에서 눈물 아니 흘릴 이 어디 있으랴. 생명은 소중한 것, 그렇게 애타게 살고자 했던 청년의 모습이 아른거릴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 뿐이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나약하기만한 존재이지만 한편으론 작은 체구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아직도 여진이 남아 있어 공포의 연속이라 아비귀환 생지옥 같은 나날의 연속이지만 산사람들의 힘에 의하여 지금보다 더 낳은 삶의 터전을 만들어 낼 것이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넘나드는 우수한 인류의 두뇌는 망나니처럼 날뛰는 자연을 반드시 정복하고 말 것이다. 단,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만 가능할 것이다.